짤막한 글

[투준] 감기 두 번째

더블제이'-' 2018. 4. 23. 01:44






 2018년 무술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와 더불어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염병 윤두준 새끼가 옷 벗기고 몸에 도장 찍을 때부터 알아봤다. 하... 열도 좀 나고 콧물도 나고 갑자기 떠오르는 윤두준 생각에 머리도 지끈거린다. 두베르만 새끼. 갖다 팔아버려야지.
 
 
 

 만나자고 하는 걸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하니 밥 먹듯이 드나들던 집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락을 받는다. 이 새끼 왜 이래. 아픈 건 난데 머리는 저 새끼가 아픈가 보다.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어도 몸을 누르는 이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겁고, 살갗에 스치는 느낌은 예리한 칼날에 온 몸을 난도질당하는 기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절로 앓는 소리가 나니 옆에서 지켜보던 윤두준은 어깨를 흠칫 떨며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 눈빛마저 뜨거워 더욱 열이 난다.
 
 
 
 
“준형아. 많이 아프냐?”
“말 시키지 마라. 머리 울린다.”
“갑자기 웬 감기야. 지난번까지 괜찮았잖아.
“내가 컨디션 안 좋다고 했는데 니 새끼가 몰아붙여서 그런 거잖냐.”
“같이 즐겨놓ㄱ... 으악 미안 잘못했어. 야야. 그만 때려.”
“즐겨? 이 새끼야 즐겨? 아... 기력 딸려 꺼졓. 개새끼야.”
 
 
 
 
 같이 즐겼다는 말에 갑자기 열이 확 뻗쳐 가뜩이나 움직이기 힘든데 겨우겨우 팔을 들어 놈의 머리를 있는 힘껏 가격했다. 그래봐야 아프지도 않았겠지만...
 
 
 
 
“우리 준형이 많이 아프긴 하구나. 손에 힘이 하나도 없어.”
 
 
 
  
 내 손을 잡고 그대로 얼굴로 가져가 입술을 묻는 윤두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겨우겨우 눈을 떠보니 벌써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자 이마에서 곱게 개인 수건이 떨어진다. 의아함에 수건을 들고 제 옆을 바라보자 침대 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는 윤두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뭐야... 이 새끼 이러고 잔건가... 그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걱정해주는 모습이 이쁘기도 해서 이불을 덮어주려고 하니 내 인기척에 윤두준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며 내 이마에 제 손을 올려 열을 확인한다. 아프면 사람은 애가 된다고 하던데 지금 딱 내가 그 꼴이다. 자그마한 행동에도 괜히 감동받아서 사랑스러워 보이잖아. 윤두준.
 
 
 
 
“불편하게 그러고 잤냐...”
“열 많이 내렸다. 다행이다. 배는 안고파? 죽이라도 좀 사 올까?”
“사긴 뭘 사 와. 그냥 옆에 있어. 니 손 시원해서 좋다.”
 
 
 
 
 내 말에 윤두준은 말없이 제 손을 번갈아가며 내 이마에 얹어주었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조금 멋있어 보여 윤두준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입에는 감기 옮을까봐 못하겠다... 이걸로 봐줘.”
 
 
 
 
 갑작스런 입맞춤에 윤두준은 놀란 듯 가뜩이나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뜬다. 새끼 무섭게. 그러자 이내 내 손목을 잡곤 손바닥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곤 혀를 내어 손바닥을 핥아낸다. 제 몸에 전기가 흐르듯이 짜릿한 느낌이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니 윤두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보인다.
 
 
 
 
“용준형아. 내가 감기 즉빵으로 낫는 방법 알고 있는데. 해볼래?”
“아니. 안 해볼래.”
“어허. 튕기지 말고 한번 해보자. 준형아. 사랑해.”
 
 
 

 그러면서 왜 내 옷은 벗기는 건데? 윤두준 꺼져. 아... 벌써 목덜미에 입 맞추기 시작한 윤두준을 멈출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새해부터 감기 걸리고, 윤두준한테 당하고, 제대로 액땜하네.
 이걸 보고 있는 당신도 감기 조심. 뭐, 옆에 누가 있으면 괜찮아. 그 사람이 감기 가져갈 테니까. 저 윤두준새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