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글

[투준] 장난스런 연애 그 후

더블제이'-' 2018. 9. 1. 01:36







 강의가 끝나고 문을 나서자 역시나 내 어깨를 잡는 손길이 느껴진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에 머리를 쓸어넘기자 내 옆에 있던 기광이 살짝 눈치를 살피며, 먼저 가겠노라 인사를 한다. 그 모습에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보자 윤두준이 서 있다.
 
 
 
 
"..."
"밥은."
"생각 없어요."
"나랑 먹자."
"선배. 원래 존나 바쁘고 인기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한테 이러시는 거 시간 낭비 같은데요. 전 피곤해서 자려고요."
"같이 잘래?"
 
 
 
 
 들려오는 마지막 말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도 내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떼어내곤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두준은 끈질겼다. 밥 먹으러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술 마시러 가자 등등 나를 잡는 이유도 다양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이렇게 들이댔을 때 윤두준이 이런 마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한번 느껴보라고 지금 이러는구나 싶었다. 오늘도 역시 강의가 마치는 시간에 맞춰 문 앞에 서 있다. 처음 내가 보았던 까만 슈트를 입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내 마음을 접고 윤두준 앞으로 다가갔다.
 
 
 
 
"용준형. 오늘은 뭐 하려고?"
"선배."
"어."
"그렇게 싫어하셨는데 제가 눈치도 없이 자꾸 들이대서 죄송했습니다. 이제 그만하세요. 앞으로도 아는 척 안 할 테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두준은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뭐라는 거냐."
 
 
 
 
 라고 묻는다. 나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마주하곤 입을 열었다.
 
 
 
 
"지난날의 선배 마음 느껴보라고 이러시는 거 아니세요? 너무나 잘 느꼈고 앞으로 그러지 않을 테니 그만하세요. 가보겠습니다."
 
 
 
 
 이제 정말로 볼 일이 없어졌다. 그동안의 남아있던 미련도 아쉬움도 다 떠나보내야겠다. 살다 보면 또 뭐 좋은 사람 나타날 거라며 나를 토닥이고 돌아섰다.
 
 
 
 
 ... 분명히 나는 어제 술도 마시지 않았고 발음을 흘리지도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를 건넨 것 같은데 윤두준은 또다시 강의실 앞에 서 있다. 내 시력이 하루 만에 나빠진 것이 아니라면 내 눈앞에 보이는 저 인영은 윤두준이 틀림없다. 나오는 한숨을 집어삼키고 그의 앞을 지나갔다. 평소와 다르게 윤두준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잘 됐네. 이제 각자 이렇게 서로의 길을 가면 된다.
 
 
 
 
"이기광. 오늘 가는 거 잊지 마라."
"왜 나를 끌어들인담. 클럽은 혼자 가세요."
"오랜만에 가는 거라 어색하단 말이야."
"지랄. 이제 돌아오신 겁니까?"
"슬슬 돌아가야지."
 
 
 
 
*
 
 오랜만에 발걸음을 옮긴 곳은 변함이 없었다. 심장이 울리도록 빠른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나 역시 그 사람들 속에서 함께 몸을 흔드는데, 유독 한 명의 스킨십이 끈적였다. 그 손길을 찾아보니 웬 남자가 씩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나쁘지는 않지만, 내 취향이 아니기에 웃으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실내 가득한 희뿌연 연기에 목이 따가워 잠시 바람을 쐬고자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두드린다. 고개를 들어 보니 아까 손길이 끈적한 그 사람이다.
 
 
 
 
"일행 있어요? 아니면 혼자?"
"일행 있어도 그쪽이랑은 안 놀고, 혼자이면 더더욱 같이 안 놀아요."
"왜요. 아까는 그렇게 꼬리쳐놓고."
"미친. 지랄."
 
 
 
 
 들리는 내 말에 남자는 인상을 확 구기더니 '이게!'라며 손을 들었다. 시발. 맞겠다. 싶은 순간 남자의 손이 허공에서 멈춘다. 시간이 지나도 내 뺨을 마중 오지 않는 손에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자 누군가 남자의 팔을 꺾으며 '뒤질래. 어디서 손을 올려.'라는 말이 들인다.
 
 
 
 
 순간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남자는 세상 쪽팔린 모습으로 도망갔고, 자리에 남겨진 나는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대방은 조금은 어색한지 목덜미를 갉작인다.
 
 
 
 
"... 뭐야. 윤두준."
"이젠 선배라고도 안 하냐."
"아니 여길 어떻게?"
"네 친구."
 
 
 
 
 오가는 말이 없어지자 윤두준과 나의 사이에 어색함이 몰려왔다. 나 역시 떠오르는 말이 없었지만 방금 전 맞을 뻔한 상황에서 구해줌에 고마움을 전하려 입술을 열었다.
 
 
 
 
"경호학과는 맞네요. 사람 팔 꺾는 거 보니."
"야."
"고맙다고요. 고마워요."
"고마우면."
 
 
 
 
 그답지 않게 말을 끊고는 한참을 나를 바라본다. 괜스레 달아오르는 얼굴에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윤두준은 나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우면 키스해 줘."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저 웃고만 있다. 그리고는 나를 재촉이라도 하듯 '빨리'란다. 쭈뼛거리며 한 걸음씩 다가가자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그는 내 목을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마주 닿은 입술은 뜨거웠고, 입술을 가르는 혀는 다급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나는 살풋 웃으며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내 웃음을 느꼈는지 살짝 입술을 떼어낸다. 그리고는 아프지 않게 아랫입술을 깨문다. 그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자 다시 한번 입술을 묻었다 떼어낸다. 그리곤 또다시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용준형. 나랑 잘래?"
 
 
 
 
 참 멋없게도 말하는 윤두준의 허리를 조금 더 끌어안고 그의 귓가에 이야기했다.
 
 
 
 
"나한테 코 꿰었다고 나중에 불평하지 마요."
"절대. 안 놓아줄 거니까 어디 갈 생각도 하지 마. 용준형."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았고 앞으로 오랫동안 놓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두웠던 날이 지나 밖이 환하게 밝아올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
 
윤두준의 그것이 알고 싶다.



1. 윤두준은 그날 왜 검정 슈트를 입었는가.
 
 
 두준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깐 나온 기광이를 붙잡았다. 그러자 영문도 모른 채 붙잡힌 기광이는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두준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며 기광이에게 빠르게 물었다.
 
 
“나 누군지 알죠?”
“아, 네. 윤두준 선배님.”
"용준형이 나 왜 피하는 거예요?"
"예?"
"왜 나 피한데요?"
"저도 잘..."
"이건 패스. 처음에 나 왜 좋데요?"
"예?"
"뭘 보고 나 좋다고 했어요?"
"아. 선배님 그 축제 때 검은 슈트 입으신 거 보고..."
"오케이."
 
 
 그 뒤로도 기광이는 두준이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
 
2. 윤두준은 클럽을 어찌 찾게 되었는가.
 



 강의를 듣고 있는 두준이의 핸드폰이 빠르게 진동을 내며 연락이 왔음을 알린다. 두준이는 교수에게 티가 나지 않게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하여 새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 선배님.
- 어. 기광아.
- 준형이 오늘 ㅇㅇ클럽으로 갈 거예요.
- 오케이.
 
 
 몇 시간 뒤. 근처의 커피숍에 있던 두준의 핸드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 선배님. 지금 스테이지에서 놀고 있고,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화이팅!
- 고마워. 기광아 조심히 들어가고 학교에서 보자.
 
 
 그렇게 클럽 앞에 있자 밖에 나온 준형이의 모습이 보인다. 따라 나온 남자는 준형이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건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지 손을 올린다. 그 모습에 더는 지체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후. 저 새낀 뭔데 나도 아까워서 건드리지도 못한 용준형을 건드려. 뒤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