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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 자요'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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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인가 준형이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독 편하게 잠들지 못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잠들기 전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렇단다. 사실 준형이가 편하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나야 워낙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어 내 옆에서 잠들지 못한 준형이를 알지 못했다. 그런 준형이는 날이 밝아올 때까지 내 얼굴을 바라보거나 가만히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고 했다.
어느 날 퇴근 후, 준형이의 집으로 찾아가니 다크서클로 뒤덮인 얼굴로 맞이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준형이가 제대로 잠을 못 잤구나 싶었다. 얼른 저녁 식사를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준형이를 안고 있자 내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그 모습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은 좀 잤냐고 물으니 미약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3일을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그래도 자기 출근하면 조금 잠들어. 30분 정도.라며 말을 이어갔다.
무심했던 나를 질책했다. 그저 잠들지 못할 땐 준형이가 조금 예민하여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두 시간 지나면 잠들었겠지.라고 생각한 나 자신을 반성했다. 준형이는 커피를 되도록 마시지 않으려고 했다. 기분 탓인지 커피를 마시면 더욱 잠들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준형의 작업 노트북 옆에는 항상 커피잔이 놓여있었다. 퇴근 후 입을 맞추는 동안 준형이의 입안에서는 미미하게 커피 향이 남아있었다.
“오늘은 몇 잔이나 마셨어?”
“모르겠어. 한 4잔 정도 마셨나?”
“이따가 또 못 자면 어쩌려고.”
“괜찮아. 우리 두준이가 재워주겠지.”
준형이를 재우기 위해 많은 것을 해보았다. 커피를 줄이고 따뜻한 물이나 우유로 대체도 해보고 어디선가 잠이 잘 오는 영상이라고 하여 대략 1시간 30분가량의 영상을 틀어 놓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30분을 지나지도 못하고 잠에 빠져 숙면을 했다. 그런 다음 날 준형이가 영상의 내용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잠들지 못한다고 하여 수면제를 먹으라고 하긴 싫었다. 너무 수면제에 의존하게 될까 봐 싫었다. 그만큼 나에게 의존을 했으면 했다.
그래도 요즘은 잠들기 전 준형이와 많은 대화를 하려 노력한다. 준형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과를 이야기해주고, 또 준형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밤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고 했지만, 어느 날부터 준형이 잠드는 시간이 조금씩 일찍 찾아왔다. 며칠은 먼저 잠이 들어버린 내 옆에서 밤을 새우더니 그 이후에는 새벽 4시. 또 그 이후에는 새벽 3시. 2시. 1시로 줄어들었다. 침대에 누워 준형이를 끌어안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색색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하루는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준형을 끌어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잠이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에 준형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조금 더 내 품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안았다. 마른 등을 쓸어내리며 묻자 비가 오면 조금 더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다. 내리는 빗방울 하나하나에 모든 자기 생각이 담겨있는 것 같아 듣고 싶지 않아도 빗소리에 더욱 많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빗방울이 땅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신이 땅에 부딪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비 오는 날은 그저 말없이 준형이를 끌어안고 밤을 보냈다.
얼마 전에는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길지 않은 2박 3일의 짧은 출장이었다. 원래 출장을 잘 다니지 않는 편인데 올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협의가 많아 출장이 조금 잦아졌다. 처음 출장을 간다고 했을 때, 준형이도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내가 없이 잠드는 것이 무섭다며 티를 내진 않았지만,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이 심란했었다고 한다. 내 품 안에서 잠드는 것이 익숙해진 만큼 옆에 없다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꼭 좋지 않은 생각은 벗어나질 않았다. 출장을 가 있는 2박 3일 동안 준형이는 1시간도 채 잠들지 못했고,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준형이는 입을 맞추며 관계를 요구했다. 조금 거칠게 몸을 섞고 그대로 잠든 준형이를 바라보며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내 손길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잠든 준형이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출장을 다녀온 뒤로 준형이는 내가 또다시 출장을 가게 되어 자리를 비우거나, 본인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흡사 몸을 혹사할 정도로의 관계를 하고 지쳐 잠이 들었다. 준형이의 말처럼 익숙한 게 무서운 거다.
오랜만에 준형이와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꽃이 만발한 4월 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겸 겸사겸사 밖으로 나왔다. 전에도 몇 번 갔었던 한정식집으로 가서는 둘이 배가 터질 정도로 밥도 먹고, 뜰에 피어있는 꽃을 구경하던 준형이에게 ‘어떤 게 꽃인지 모르겠네.’라는 나의 질문에 준형이는 단호하게 꽃을 가리키며 ‘얘’라고 대답했다.
만족스러운 데이트를 마치고는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관계를 가졌다. 누구에게 쫓기는 관계도, 몸을 혹사해 지쳐 쓰러지는 관계가 아닌 느긋하고 사랑으로만 가득했던 관계였다. 그렇게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을 식히고 침대에 누워 준형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조금은 힘 있게 내 허리를 감싸 안는 준형의 귓가에 사랑한다 말해주며 등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노곤했던 탓인지 준형이는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앞으로 준형이가 잠들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윤두준이 항상 용준형 곁에서 잠들 수 있게 노력할 테니까. 그저 우리 준형이는 내 품 안에서만 편안하게 잠들면 된다. 그럴 수 있도록 항상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윤두준이 있을 테니까.
잘 자요. 내 사랑. 아무 생각 말고 편하게 잠들어요. 내 품 안에서 그대는 항상 행복한 꿈만 꾸길 바라요. 그 모든 힘든 기억은 잊고 내게 안겨 네 마음을 기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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