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매일 마시는 커피를 닮아 쓰디썼다. 시럽을 넣어 다디단 맛을 느껴도 그때 잠시뿐이었다. 단 한 번도 달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럽의 달콤함도 커피 본연의 쓴맛을 감춰주지 못했다. 그 사람과의 사랑이 그러했다. 대학 시절 사랑했던 그는 졸업과 동시에 이별을 요구했다. 그 사람을 붙잡을 수 없었다. 도망가다시피 이별을 고한 그 사람은 이미 나에게 멀어져 있었고, 그를 붙잡고 있었던 것은 나의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이별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쓰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일방적인 사랑이 끝나는 순간을 정리하고 학교 근처에 자그마한 카페를 열었다. 그저 단순히 내가 매일 자주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마음에 말이다. 새 학기가 시작..
*노래 '잘 자요'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어느 순간부터인가 준형이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독 편하게 잠들지 못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냥 잠들기 전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렇단다. 사실 준형이가 편하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나야 워낙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어 내 옆에서 잠들지 못한 준형이를 알지 못했다. 그런 준형이는 날이 밝아올 때까지 내 얼굴을 바라보거나 가만히 천장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고 했다. 어느 날 퇴근 후, 준형이의 집으로 찾아가니 다크서클로 뒤덮인 얼굴로 맞이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준형이가 제대로 잠을 못 잤구나 싶었다. 얼른 저녁 식사를 하..
2018년 무술년의 새해가 밝았다. 그와 더불어 나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염병 윤두준 새끼가 옷 벗기고 몸에 도장 찍을 때부터 알아봤다. 하... 열도 좀 나고 콧물도 나고 갑자기 떠오르는 윤두준 생각에 머리도 지끈거린다. 두베르만 새끼. 갖다 팔아버려야지. 만나자고 하는 걸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하니 밥 먹듯이 드나들던 집을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락을 받는다. 이 새끼 왜 이래. 아픈 건 난데 머리는 저 새끼가 아픈가 보다.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어도 몸을 누르는 이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겁고, 살갗에 스치는 느낌은 예리한 칼날에 온 몸을 난도질당하는 기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절로 앓는 소리가 나니 옆에서 지켜보던 윤두준은 어깨를 흠칫 떨며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그 눈빛마저 뜨거워 더욱..
- 딸랑 문이 열리자 경쾌한 종소리가 맞이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윤두준의 근사한 얼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벌써 두준이를 알고 지낸 지도 8년.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옆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지냈다. 물론 두준이는 나를 그저 친구라고만 생각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두준이를 바라보니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곤 티가 나지 않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자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이 미약한 진동이 울렸다. - 언제 오냐? 커피 다 식겠다. 두준이의 메시지를 보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두준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한걸음에 옮겨 손가락으로 노크를 했다. - 똑똑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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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두 개의 단편을 묶어서 한편으로 올립니다. * 해볼라고 첫 번째 이야기. “용준형 대리님. 잠깐 제 방으로 오시죠.”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움찔거렸다. 오늘은 왜 조용하나 했다. 시발. 저 인간 하루에 몇 번씩을 나를 불러대며 하루도 편하게 나를 내버려 둔 적이 없다. 그런다고 내가 일을 못하냐? 그것도 아니다. 하라는 거 충실히 잘 하고, 보고서도 재깍재깍 잘 올리고, 내가 남들보다 못하는 거 없이 최선을 다해서 얼마나 좆 빠지게 일하는데 저 새끼는 허구한 날 불러서 한다는 소리는 더욱 가관이다. “용준형 대리님, 그 넥타이 지금 어울린다고 하셨습니까? 패션 센스가 별로 이신가보네요” “용준형 대리님, 주신 보고서는 확인하고 주시는 겁니까? 보고서가 애들 장난도..
“준형아. 마트 좀 다녀오자.” “왜요. 지난번에 다 산거 아니었어?” “니 놈이 무겁다고 찡찡거려서 갈비고 뭐고 아무것도 못 샀잖아!” “...” “그러니까 진작 운전 좀 하라니까. 늙은 엄마 고생 시킬 거야?!” 아니... 어머니 그런다고 차 안 사주실거잖아요... 남들보다 일 년 늦게 대학을 가게 되어 21살에 면허 좀 따라고 등 떠미는 엄마와 똑같이 등 떠미는 사랑스러운 윤두준 덕분에 운전면허는 취득을 하였다. 그러나 도통 운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서울 시내에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윤두준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그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집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나는 더욱이 운전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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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집 밖은 위험하다는 거야. 괜히 입이 심심해서 편의점 다녀오는 길에 골목에서 나는 소리에 관심을 보였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후회 중이다. 얌전히 집으로 들어갈걸. 아니 얌전히 집에나 박혀 있을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도 그냥 참을걸. 항상 아늑하던 나의 집이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오늘이 단언컨대 처음이다. 바로 저 윤두준 때문에. 학창시절 학교에 유명한 놈들 한 명씩은 꼭 존재한다.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그 존재가 바로 윤두준이다. 그리고 그런 윤두준과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사이다. 흔히들 이웃집이라고 하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같은 해에 아이를 낳고 지내다 보니 친자매처럼 지내면서 우리도 어렸을 때부터 함께였다. 어릴 때 윤두준은 덩치..
두준아 안녕. 이렇게 너에게 이야기를 하려 하니 어.... 좀 많이 쑥스럽다. 술 한잔하니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그래. 이해해줘. 아주 오래전. 너를 처음 만났을 때가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 나와는 다르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항상 중심에 있어 널 따르는 친구들도 많았지. 또 나랑 반대로 운동도 잘하는 모습에 더욱 시선이 끌렸어. 나중에 우리가 친해지고 나서는 네가 축구를 하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어도 너무 즐거웠어. 네가 골을 넣으면 꼭 내가 넣은 것처럼 기뻤어. 나는 너의 모든 점이 부러웠어. 그러다 4월쯤 돼서 우리가 짝꿍이 되었을 땐 무척이나 떨렸어. 사실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거든. 그런데 알다시피 나는 말주변도 없고, 너에게 다가간다는 사실이 어렵고 거절당하면 어쩌나 불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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